
전국통합뉴스 임명락 기자 | 지난 3월 29일, 봄기운이 완연한 일요일. 전국통합뉴스 특별취재팀은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대야면 광교리 만경강 지류 탑천 하류를 찾았다. 목적지는 일제 강점기 호남평야를 식량 수탈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건설된 [舊]입석배수문(탑천 제1·2호 갑문) 이었다.
취재를 마친 후 취재팀은 인근 ‘창대숯불 민물장어구이 직판장’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도톰한 민물장어가 숯불에 구워지는 향긋한 연기와 함께 나오는 장어탕 한 그릇. 따뜻한 국물 속에 만경강의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듯했다.
장어구이와 함께 먹는 장어탕(수재비)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일제의 잔재를 마주한 아픈 역사와 오늘날 농촌이 살아 숨쉬는 생태·문화를 동시에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제의 야욕이 새겨진 콘크리트 유산
입석배수문은 만경강 지류 탑천 하류, 탑천과 만경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일제가 축조한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대형 수리시설이다. 제1호 갑문은 1920년 9월, 제2호 갑문은 1935년 7월에 각각 완공됐다. 위치는 군산시 대야면 광교리 915-1(광교리 1055) 일대다.
규모는 수문 24련(連)으로, 폭 1.8~3m, 높이 2.4~4m에 달한다. 밀물 때 바닷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아 주변 약 500ha의 농경지를 염해(鹽害)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표면적으로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시설처럼 보였으나, 그 실상은 일제의 '산미증식계획(産米增殖計劃, 1920~1934)'의 핵심 산물이었다.
일제는 호남평야를 ‘조선의 곡창지대’가 아닌 ‘일본 본토의 식량 공급기지’로 삼고자 했다. 수리조합사업을 통해 대규모 관개·배수시설을 만들었고, 입석배수문은 그 대표적인 식민지형 수리시설이다.
건설과 유지 비용은 고스란히 조선 농민들에게 부과됐으며, 생산된 쌀의 대부분은 일본인 지주와 대지주에게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부담은 극심해졌고, 전국 각지에서 수리조합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해방 후에도 오랜 기간 기능을 유지했던 이 갑문은 2006년 원격제어식 제3호 갑문이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역할을 마쳤다. 지금은 근대 산업유산으로서, 일제의 농업 통제와 수탈 정책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로 남아 있다.

아픈 역사를 마주하며 먹는 장어탕 한 그릇
취재팀이 방문한 창대숯불 민물장어구이 직판장은 탑천과 만경강이 품어온 민물 생태의 혜택을 그대로 누리고 있는 곳이다. 군산 대야면 광교리 인근에서 직접 공수한 신선한 민물장어를 숯불에 구워내는 이곳의 장어구이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이미 소문난 맛집이다. 특히 점심 특선으로 나오는 장어탕은 국물 맛이 진하고, 국수나 누룽지를 곁들이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장어구이를 앞에 두고 취재팀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이날 우연히 탑천 관리를 맡았던 이경희 씨와 지역 고령자 4분을 식당에서 만났다. 이경희 씨는 “일제가 남긴 역사의 흔적들을 시에서 철거하려 했지만 반대했다”며 증언했다. 그는 “역사 없는 농촌도 미래도 없다”며 보존을 간곡히 부탁했다.
“이 갑문 때문에 농민들이 얼마나 고통받았을까?”
“그런데 지금은 이 강이 민물장어를 키워내고, 농촌 경제를 살리고 있네요.”
일제 강점기에는 이 물길이 수탈의 도구였지만, 오늘날 탑천·고척강·만경강은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취재팀이 장비로 어렵게 접근해 촬영한 염해 방지 콘크리트 구조물 주변으로는 갈대와 수생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며, 철새와 민물고기들이 서식한다. 농촌 마을은 쌀농사를 이어가면서도 장어구이 같은 특산물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역사 보존과 관광단지 조성, 농촌 활성화의 선순환
입석배수문은 단순한 ‘친일 잔재’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그것을 역사문화 보존 자원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군산시는 이 일대를 근대 수리유산 테마 관광단지로 조성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상상해 보자. 입석배수문을 중심으로 한 역사 안내판과 VR 체험존 설치
탑천 하류 산책로와 연계한 생태 탐방 코스
창대숯불 민물장어구이 직판장 등 지역 맛집과 연계한 농촌 체험형 관광 패키지
“장어구이와 함께 먹는 따뜻한 장어탕 한 그릇과 우리 조상들이 겪은 역사를 배우는 시간.” 이런 콘셉트가 실현된다면, 관광객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의미 있는 경험을 가져갈 수 있다.
농촌 주민들은 관광 수입으로 소득을 높이고, 젊은 세대는 지역에 남아 역사와 문화를 지키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역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공동체는 미래도 없다.
입석배수문은 그 교훈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식민지 시절의 고통을 잊지 않되, 그 흔적을 오늘의 자산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
만경강의 물결이 탑천을 타고 흐르듯, 아픈 과거와 밝은 미래가 조화롭게 이어지길 바란다. 전국통합뉴스 특별취재팀은 앞으로도 우리 땅 곳곳에 숨겨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살아 있는 농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하겠다.
취재 후기
장어탕을 먹으며 나누었던 대화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역사는 먹고사는 것과 떨어질 수 없어요. 이 장어가 강에서 나왔듯, 우리 미래도 이 땅과 역사에서 나와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