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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박기성 칼럼] 사촌이 땅을 사면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전국통합뉴스 박기성 칼럼리스트 | 성경 사무엘상 18장을 읽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던 블레셋군에게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다윗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때 여인들이 춤을 추며 개선(凱旋)하는 다윗을 향해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라고 노래합니다.

 

그 말에 사울은 불쾌하여 심히 노하고 다윗을 주목합니다. 사울의 마음에 시기심이 들어온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 외에도 시기와 질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가인은 아벨을 시기했고, 야곱의 열 아들들은 동생 요셉을 시기했으며, 미리암과 아론은 모세를 시기했습니다.

 

그런데 위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시기의 대상이 모두 모르는 사람이 아닌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성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마귀들이 길을 가는 이 성자를 시험했습니다. 예쁜 여자로 나타나 유혹을 했습니다.

 

하지만 성자는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금덩이를 눈앞에 보여줘도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협박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실패한 마귀들이 풀이 죽어 있을 때, 드디어 대장 마귀가 나섰습니다. “저리 비켜라. 내가 하는 것을 잘 보아라”

 

대장 마귀가 성자의 귀에 대고 무엇인가 한마디를 했습니다. 그러자 성자의 얼굴이 확 달라졌습니다. 성자의 마음이 불편해진 것입니다. 이에 놀란 마귀들이 대장 마귀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습니까?”

 

대장 마귀가 부하 마귀들에게 대답했습니다. “‘당신 동생이 알렉산드리아에서 대주교가 되었소’라고 말했지”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성자조차도 동생이 잘되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불편해진 것입니다.  

 

이처럼 시기는 나와 관계없는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와 관계가 깊은 사람 때문에 생깁니다.

 

이럴 때 자주 사용하는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입니다.

 

사촌은 그리 먼 촌수가 아닙니다. 그러니 사촌이 땅을 사면 마땅히 함께 기뻐해 주어야 할 텐데 오히려 배가 아프다니요. 참 나쁜 심보입니다. 이런 나쁜 심보는 반대로 다른 사람이 고통을 당할 때에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시기심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일어 샤덴프로이데는 고통을 의미하는 ‘샤덴(Schaden)’과 환희/기쁨을 의미하는 ‘프로이데(Freude)’가 합해진 단어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고통을 통해서 기쁨을 얻는 마음이 바로 시기심입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고소하다”, “쌤통이다”라는 말이 바로 그런 마음을 반영합니다.

 

그런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농사가 절대적인 산업이었을 때에는 비료가 매우 중요했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비료라는 게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동물이나 사람의 배설물이 곧 비료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사촌이 땅을 샀으니 다른 것으로는 도와줄 것이 없고 똥이라도 싸서 사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된 말이 바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이 말이 왜곡되어 가까운 사람들을 이간질시키는 부정적인 말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똥이라도 싸서 사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했다는 후자의 해석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시기와 질투는 사울에게서 보듯이 마음을 병들게 합니다. 사랑과 온유와 겸손만이 서로를 행복하게 하고, 공동체를 평화롭게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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