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통합뉴스 이인복 기자 |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 방송, 특히 공영방송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유권자가 후보의 자질과 정견을 비교·평가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공론장(公論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는 방송시설이 토론회를 송출할 때 "내용을 편집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해야 한다"고 서슬 퍼렇게 규정하고 있다. 이는 기계적 중립과 공정성이 선거 방송의 생명줄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월 21일 밤, 대전MBC가 안방으로 송출한 충남도지사 후보자 TV 토론회는 대한민국 선거 방송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암전(暗轉)'이자 거대한 폭거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의 모두발언 1분은 멀쩡히 내보내면서,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의 모두발언은 통째로 잘라내 흔적도 없이 증발시킨 것이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대전MBC 측은 "후편집 과정에서 생긴 연출자의 단순 실수"라며 고개 숙였다. 기술적인 재녹화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이며 어떠한 고의성도 없었다는 변명이다.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한 방패막이다.
하지만 이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을 유권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개인 인터넷 방송이나 대학 동아리 과제물에서도 한쪽 후보의 핵심 발언을 통째로 누락하는 식의 참담한 스크린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물며 수십 명의 전문 인력과 검증 시스템을 갖춘 공영방송사가, 그것도 선거 판세를 좌우할 도지사 토론회의 ‘백미’라 불리는 모두발언을 통편집해 놓고 "실수였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처하는 행태는 오만함을 넘어 유권자를 기만하는 처사다.
특히 이번 사태가 터진 시점의 미묘함은 단순한 '사고'라는 해명을 전면 거부하게 만든다. 성일종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지적처럼, 당시는 김태흠 후보와 박수현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피 말리는 초접전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였다.
1분 1초의 메시지가 아쉽고, 수만 표의 향방이 흔들리는 백척간두의 시점이었다. 이 타이밍에 야당 후보의 입을 고의로 틀어막은 듯한 편집 결과물이 나왔다면, 그것이 의도된 '선거 공작'이자 특정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이 아니냐는 거센 합리적 의심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욱이 국민의힘 충남도당의 주장처럼 대전MBC는 과거 총선 과정에서도 유사한 발언 누락 전례가 있었던 곳이다. 반복되는 사고는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이거나, 혹은 체질화된 편향성의 방증일 뿐이다. 본방송이 끝난 후에야 슬그머니 기존 영상을 삭제하고 원본으로 바꿔치기하려 했다는 캠프 측의 '은폐 시도' 폭로까지 더해지며 대전MBC를 향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오르고 있다.
공영방송의 타이틀은 국민의 세금과 신뢰를 담보로 부여되는 훈장이다. 언론이 특정 정당의 나팔수를 자처하거나, 공정의 추를 잃어버리는 순간 그 존재 가치는 소멸한다. 만약 대전MBC가 이번 사태의 진상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어물쩍 덮으려 한다면, 주권자들은 공영방송의 간판을 내리고 '민주당 선전매체'로 공식 전환하라며 철퇴를 내릴 것이다.
"이게 방송이냐"는 거친 분노는 결코 과하지 않다. 이제 공은 법적 처벌과 심판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편파적인 편집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이 중범죄에 대해, 대전MBC는 '실수'라는 비겁한 변명을 거두고 진상 조사와 책임자 문책을 포함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다가오는 선거에서 현명한 충남도민과 유권자들은 왜곡된 언론 권력을 향해 무서운 '표'로써 가장 처절하고 단호한 심판을 내려야 할 것이다.















